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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이 누구 묘야?"

 

"정조대왕? 아니 정약용인가?"

 

영화<건축학개론>에서 서연(수지)은 교수님의 질문에 이런 엉뚱한 대답을 해 실소를 자아내게 했는데요.

 

 

영화를 볼 때는 아무생각 없이 웃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도 정릉이 누구의 묘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정릉은 도대체 누구의 묘지?'

 

호기심에 끌려 정릉시장도 왔고 정릉도 가보기로 했습니다. 정릉시장에서 정릉까지는 거리상 그리 멀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치를 몰랐던 저는 다음 지도를 검색했는데요.

 

 

대중교통으로 검색했는지 지도에서는 버스를 타고 봉국사 앞에서 하차하라고  하길래 그대로 따라했다가 엄청 돌아갔습니다.

혹시 정릉시장에서 정릉 가실 분들은 버스타지 마시고 그냥 도보로 이동하시는 게 더 편하실 거예요.

 

저 사진 속 버스정류장이 제가 내린 봉국사 정류장입니다. 괜히 버스요금만 버리고 방향을 잘못 잡아서 더 빙 돌아갔어요. 시장에서 그냥 바로 큰길 쪽으로 내려왔다가 좌회전해서 쭉 올라가는 게 더 빠릅니다.

 

아무튼 저는 빙빙 돌아서 다시 방향을 제대로 잡고 큰길 쪽으로 내려와 길음역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렇게 주욱 걸어가다보면 정릉 이정표 표시가 나와요.

 

 

이 정릉 표시가 나오면 골목 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어서 주욱 올라오시면 돼요.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저에게는 주택가 골목길에 대한 뭔가 로망 같은 게 있는데요. 좁은 골목 사이 사이 빨간 벽돌담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왠지 낭만적이게 느껴졌습니다.

 

    

정릉을 향해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유독 커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요. 원래 정릉이 데이트 장소로 유명했던건지, 아니면 영화 때문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커플 사진이라 그런지 아무 조작도 안했는데 사진이 어둡게 나왔습니다.

카메라가 어쩜 이리 제 맘을 잘 표현하는지.... 밝게 할려고 하는데도 잘 안되네요.

 

 

세계문화유산이 주택가 골목에 떡하니 있어서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저기 보이시나요? 1000원, 입장료가 있습니다.

 

자, 그럼 정릉이 누구의 묘인지 한번 알아볼까요?

 

정릉은 조선 제 1대 태조의 계비인 신덕왕후의 능입니다. 태조 이성계의 원비인 신의왕후가 태조 즉위 전에 세상을 떠나 신덕왕후가 조선 최초의 왕비가 됐다고 하네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 먹고 체할까봐 나뭇잎 넣어준 그 참한 처자가 바로 신덕왕후입니다.

 

 

바로 앞이 주택가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그런지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 나온 어르신들이 많으셨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봄소풍 오신 가족들도 많았습니다.

 

신성한 지역임을 알리는 붉은색 기둥. 홍살문입니다.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정릉시장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배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정릉까지 걸어오다보니깐 소화가 다 됐더라고요.

 

이럴까봐 미리 시장에서 간식거리 사서 바리바리 싸들고 왔습니다. 전 준비성이 철저하니까요. 500원짜리 소시지빵.

 

아직 봄나들이 못 떠난 분들은 서울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정릉으로 떠나보는건 어떨까요. 가기 전에 정릉시장에 들려서 맛있는 거 사가지고 가면 금상첨화, 최고의 봄소풍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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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성북구 정릉2동 | 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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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소풍날에는 항상 보물찾기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숲 속 나무가지, 혹은 풀숲 사이에서 숨겨진 보물쪽지를 발견했을 때의 그 기분은 정말 뭐라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만큼,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더랬죠.

 

 

정릉시장 골목길은 어린시절의 보물찾기와 같은 재미가 가득했습니다. 따뜻한 봄날, 시장 골목에서 만난 이색 명소들을 소개합니다.

 

1. 정릉시장에서만 맛볼수 있는 신토불이 건강간식 '뻥나라'

 

 

정릉시장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익숙한 기계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가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뻥이요~" 라는 아저씨의 고함소리에 맞춰 귀를 막으면 '펑~'하고 대포소리를 내며 터지던 뻥튀기 기계.

어렸을 때 쌀이나 옥수수 등을 자루에 모아놓았다가 뻥튀기 아저씨가 동네에 오시면 얼렁 들고 뛰어나갔던 기억이 있는데요. 요즘은 뻥튀기 기계를 보기가 정말 하늘에 별보기(?)처럼 어렵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얼렁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양한 뻥튀기들로 가득 찬 가게 안.

 

 

빨간색 목티를 입은 주인 아저씨가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여기 뻥튀기들은 다 주인 아저씨가 직접 기계로 튀기신다고 하는데요. 이중에서 특히 아저씨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뻥튀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위에 보이는 동그랗게 한 입 크기로 압축해서 만든 쌀과자입니다.

 

"이거는 우리집밖에 없는 거야. 다른 쌀과자랑은 차원이 달라."

 

'현미+쌀+보리+수수'

 

몸에 좋은 잡곡은 다 들어간 이 쌀과자는 건강을 그대로 담은 영양간식 그 자체입니다. 들어가는 재료도 재료지만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계도 비싸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쌀과자라고 아저씨께서 입이 마르게 자랑하셨습니다.

한 봉지를 사서 맛을 봤는데 정말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게 제 입맛에 딱이더라고요.

부모님은 물론 아이들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에 좋은 쌀과자. 한 봉지에 2000원.

 

2. 리얼 볏짚으로 구운 칼집 통삼겹살 '볏짚구이 이야기' 

 

 

 

이곳은 제가 정릉시장을 가게 되면 꼭 꼭 먹어보고 싶었던 맛집 중에 한곳인데요. 서울에서는 정말 드물게도 진짜 볏짚에서 초벌구이를 한 삼겹살과 꼼장어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제가 시장에 갔을 때는 문이 닫혀 있었어요. ㅠ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3. 빵순이에게는 이곳이 천국. 500원 빵집 '이지Buy'

 

 

정말 이곳을 지날 때에는 배가 터질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도 뭐에 홀린 듯 발이 저절로 들어갔습니다. 빵향기가 저의 발길을 잡고 놔주지를 않더라고요. ㅠㅠ

 

 

가격도 굉장히 저렴해요. 맛있는 소시지빵이 단돈 500원.

다른 빵들도 모두 저렴해서 돈 걱정 없이 맘껏 빵을 골를 수 있었던 착한 가게.

 

4. 시장에서 만난 로스팅 커피 전문점

 

 

 

뭔가 시장과 어울리지 않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던 카페입니다. 커피 콩을 직접 볶아서 만드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날씨도 덥고 하도 돌아다녀서 다리도 아프고 해서 얼렁 카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니 시내 커피숍 못지 않더라고요.

 

 

창가에는 커피원두통들이 쌓여 있어서 직접 원두를 볶는다는 느낌을 팍팍 주었습니다.

 

 

로스팅 커피는 가격대가 좀 비쌌지만 그 외에 다른 커피와 티 종류는 가격대가 저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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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에 할아버지 돈까스가 있다면 정릉시장에는 할머니 돈까스가 유명합니다.

정릉시장 입구에서 길을 따라 주욱 올라오다보면 오른편에 '소문난왕돈까스' 노란색 간판이 보입니다.

 

 

가게 이름은 소문난왕돈까스이지만 돈까스만 파는 곳은 아니에요. 어찌보면 분식집처럼 메뉴가 다양하더라고요. 메뉴판을 보면 이렇습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왕돈까스 가격이 3500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물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500원 인상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4000원도 다른데와 비교해보면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니네요.

 

저는 소문난왕돈까스를 주문했습니다.

이 가게는 할머니 혼자 일을 하시는데 주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돈까스를 튀기기 시작하세요.

 

 

식당 내부 모습. 테이블 4개가 전부예요. 제가 오기 전 한 학생이 돈까스 먹고 나갔는데 그 다음에 제가 왔고 제가 거의 다 먹어갈 때 쯤 또 한 커플이 들어왔습니다. 희안하더라고요. 점심시간인데 한꺼번에 몰리지 않고 한 테이블씩 먹고 가니 말이에요.

 

 

김주먹밥 3덩이와 양배추 샐러드, 커다란 왕돈까스가 전부예요.

보기에는 투박하지만 돈까스 소스도 그렇고 두툼한 고기 식감도 꽤 좋은 편이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그 양이 쉽게 줄지 않을 정도로 양이 많아요. 정말 배터지게 먹었습니다.^^ 4000원 가격과 할머니의 푸짐한 인심이 그대로 느껴지는 소문난 왕돈까스.

가격이 저렴해서 그런지 학생들이 이 가게를 많이 찾는다고 해요.

 

할머니는 정릉시장에서만 20년 동안 장사를 하셨다고 하는데요. 조만간 가게를 이전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게 옆 건물이 한창 공사중이었는데 이 소문난왕돈까스 자리도 헐리고 새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알아보고 계시다는 할머니 말씀에 뭔가 자꾸 옛 것이 사라지고 있는 듯 해서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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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성북구 정릉2동 | 정릉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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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마지막 학번인 저에게 영화 <건축학개론>의 여운은 정말 길고도 길었습니다.

영화 속 두 주인공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의 행동 하나 하나가 저에게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나의 20대, 그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 자체였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졌다면 과연 이 둘은 행복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물음표(?)'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둘이 함께 거닐었던 정릉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는 것입니다.

 

'정릉에 가고 싶다.'

 

정릉에 가면 왠지 영화 속 90년대의 승민과 서연이가 두 손 꼭 잡고 저를 맞이해 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생전 가보지도 못했던 장소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 갈 때 쯤 위드블로그의 전통시장캠페인 <정릉시장> 참여 문자를 받았습니다.

 

'가자~ 정릉시장으로, 잊고 있었던 청춘을 만나러~'  

 

 

서울 시민이 아닌 저는 서울엔 어느 곳이든 지하철역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정릉이 저의 편견을 깨주었습니다.

 

"근데 정릉시장 어떻게 가?"

 

"당연히 지하철 타고 정릉역으로 가면 되지."

 

아무 생각없이 대답한 후 지하철 노선표를 보는데 이게 왠걸...ㄷㄷㄷㄷ

 

정릉역이 없네요.

 

'어라 정릉역이 없으면 정릉시장은 어떻게 가는 거지?'

 

서둘러 검색을 해보니 정릉역은 아직 미개통이고 길음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 했습니다.

 

 

'오오~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고? 완전 멋진데~'

 

이미 저는 영화<건축학개론>에 완전 빙의한 상태였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는 그 사실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낭만적으로 느껴졌더랬죠.

 

 

길음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버스 정류장이 보입니다. 110A, 110B, 143 등 정릉시장으로 가는 버스가 굉장히 많아요. 저는 110B번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타고 사당역에서 내린 후 다시 4호선을 타고 길음역.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가는 긴 여정이었지만 정릉에 간다는 사실에 마냥 설레였습니다. (물론 함께 간 친구는 정릉이 너무 멀다고 투덜투덜... 메마른 감성의 소유자 같으니라고....)

 

 

학교부터 정릉까지 서연이 칠한 길을 고대로 따라 그리는 승민의 모습.

첫눈에 반한 그녀가 나와 같은 동네에 산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기쁘고 가슴 떨릴지...영화를 보면서 괜히 제가 두근두근 했더랬죠.

 

 

길음역에서 정릉시장 입구까지는 네 정거장.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걷기에는 약간 멀어요. 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갔지만 다시 길음역으로 돌아올 때는 걸어왔는데 한 40분 정도 걸리더라고요. ^^

 

 

그렇게 찾아 간 정릉시장.

시장 골목 안으로 마을 버스와 차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흔히 알고 있던 시장의 모습과는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두부집, 야채가게, 과일가게, 고깃간, 수선집, 피아노, 미용실, 생선가게, 속옷가게 등 골목을 따라 주욱 이어진 가게들은 시장이기 전에 삶의 터전 그 자체였습니다.

 

 

형형색색 파라솔이 아래 야채들이 마알간 모습으로 저녁 찬거리를 사러 온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을 맞이 하고 있습니다.

 

속옷의 한 종류인줄만 알았던 메리야스가 간판에 떡하니 붙어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찾아보니깐 메리야스는 면사나 모사를 엮어서 만든 속옷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하네요. 속옷 가게라는 뜻이겠죠?

 

높은 빌딩과 아파트숲으로 대변되는 개발도시 서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삼청동이나 안국역 등 전통적인 한옥 동네의 느낌도 아니었어요.

 

 

뭔가 더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고 할까요. 현대와 과거, 상점과 일반집이 함께 공존하는 시장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다보면 영화 속 90년대 감성이 살짝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정릉시장에는 야채와 과일이 정말 저렴했습니다.

딸기 한 팩이 1000원, 낑깡 2봉지에 3000원, 쥬키니(돼지호박) 2개 1000원.

야무지게 쇼핑해서 엄마에게 칭찬받았습니다^^

 

 

영화 속 납득이와 승민이처럼 누군가도 이 계단에 앉아 사랑에 대한 고민을 밤새 친구와 함께 나누지 않았을까.

 

시장을 가로질러 흐르는 내천에는 한가롭게 청둥오리가 헤엄을 치고 있고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나온 아이는 오리가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오리가 신기한지 아이는 한동안 오리 곁을 떠나지 못했어요.

내천이 있어서 그런지 정릉시장은 시장의 분주함보다는 뭔가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정릉시장은 차를 끌고 오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주차장이 있긴 한데 거주자우선 주차장이더라고요. 정릉시장공용주차장인데 막아놨어요.

 

 

따뜻한 봄날 찾은 정릉 시장의 풍경은 뭔가 서울이 아닌 듯한, 시간이 멈춘듯한 정취가 이색적인 시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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